오랜 세월을 견뎌온 건축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입니다. 단순히 낡은 부분을 고치는 것을 넘어, 그 건축물이 가진 역사와 가치를 온전히 지켜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과연 어떻게 해야 수천 년의 시간을 담은 건축물들을 미래에도 잘 보존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HBIM, 즉 Historic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에 있습니다.
HBIM, 건축유산 보존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HBIM은 우리말로 '역사적 건축물 정보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오래된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3차원 디지털 모델 안에 집약시켜 관리하는 기술이죠. 일반적인 건축물 정보 모델링(BIM)이 새 건물을 짓는 데 활용된다면, HBIM은 기존 건축유산의 수리 이력, 사용된 재료, 구조, 심지어 부재(部材) 하나하나의 규격과 도면까지 모든 정보를 통합해 디지털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건축물의 개별 요소가 언제, 어떻게 수리되었는지 그 생애 주기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 보수했고 어떤 재료를 썼는지, 손상은 어떻게 발생했는지 등 아날로그 형태로 분산되어 있던 수많은 기록들을 디지털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HBIM으로 구현된 한국 건축유산의 정밀 3D 모델
K-건축유산 보존, HBIM으로 구체화되는 미래
최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는 이 HBIM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관' 홍보 부스에서는 '과거 수리 기록으로 미래 보존'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 건축유산 HBIM 기술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었거든요.
현재 국가유산청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2021년부터 HBIM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전국 국보·보물 목조 건축 문화재 311개소 중 124개소의 수리 이력 데이터베이스(DB)와 HBIM 구축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남은 목표량도 향후 5년 내에 모두 달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건축유산의 귀중한 정보가 디지털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디지털 정보 모델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어린 방문객들에게는 입체적인 모델을 통해 생생한 역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 전공자들에게는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유산의 내부 단면이나 상세 구조를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HBIM을 통한 건축유산 탐색 및 교육 활용
HBIM, 단순한 보존을 넘어 확장되는 가능성
HBIM 기술의 가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축적된 디지털 자산은 앞으로 대국민 플랫폼 개방, 교육, 전시 콘텐츠 제작, 나아가 디지털 게임 산업, 인공지능(AI) 기반 손상 예측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질 예정입니다.
현재도 수리 이력 HBIM에 대한 대중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문가들만 보던 자료를 일반 국민도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인데요. 우리가 사는 지역의 소중한 건축유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그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HBIM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건축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선제적인 관리와 보존이 중요합니다. HBIM은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여, 건축유산의 원형을 보존하고 미래의 손상을 예측하며 더욱 효과적인 수리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고치는 것을 넘어, 건축유산을 둘러싼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잇는 살아있는 역사로서 계속해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댓글
0 개첫 댓글을 남겨보세요.